이혼 업무를 하다보면 배우자와 성격 차이로 인한 잦은 마찰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나르시스트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자신의 중요성/우월성에 대한 거창한 의식, 칭찬에 대한 과도한 욕구, 지나친 권리의식, 대인관계에서 부당한 이용과 착취, 공감 부족등으로 특징되는 광범위한 성격패턴이라고 규정합니다. 인격장애의 진단과 치료는 정신과의사나 임상심리학자들의 영역이지만, 이혼전문변호사로서 나르시스트의 성격 패턴 두가지 – 1) 대인관계의 도구화 그리고 2) 공감능력의 심각한 결여 – 를 불행한 부부 관계에서 자주 보게됩니다. 이로인해 배우자와 자녀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불행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1) 대인관계의 도구화: 사람은 누구나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르시스트 성향이 강한 배우자/부모는 자신만이 항상 우월감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그래서, 배우자와 자녀를 무시하고, 때로는 경멸하고, 인격적으로 깔아 뭉개면서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 경우 언어폭력이나 신체적 폭력도 수반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면 배우자와 자녀들은 고통받고 불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공감능력의 심각한 결여: 공감능력은 타인의 감정, 생각, 경험을 인식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지사지’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본다) 라는 사자성어와 같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대인관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불행하게도, 나르시스트 성향이 강한 배우자/부모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극도의 이기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주지만, 전혀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자나 자녀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따라주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원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르시스트 성향의 배우자와 오래 살다보면, 상호존중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자체에 대해 체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갈등과 불행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본인에게 있다고 잘못 인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참다가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배우자와의 성격차이로 고통받고 불행하다고 느끼신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