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불가피하다면, 일단 합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의이혼은 부부가 이혼할 때 결정해야 되는 사안들 –재산분할, 위자료, 그리고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는 양육권, 방문권, 양육비 등– 에 대해 동의가 이뤄질 때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합의이혼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소송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대 배우자의 소득이나 재산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합의이혼에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일단 소송을 하면서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법원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 –자녀의 미래를 위한 대학 학자금이나 첫 차 마련 등등 – 에 대해서도 좋은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부부의 공동자산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한 감정 싸움을 극히 자제하고, 합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자가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이혼케이스가 있었는데, 의뢰인(아내)은 가정폭력 때문에 집에서 나와 남편과 별거 중이었습니다.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미국인 부부의 자산은 공동명의의 집, 공동 계좌 1-2개 그리고 남편의 401(k) 가 전부였습니다. 이혼 소송 중에 부부는 공동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남편 집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서 충돌이 있었고, 경찰이 출동해서 아내가 체포되고 경범죄로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경범죄 사건은 필자가 나서서 기각시켰지만, 서로의 대한 적대감은 극에 달했고,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합의가 될 만한 쉬운 부분에서도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혼 소송중에 발생한 크고 작은 분쟁으로 모션과 히어링은 계속되었고, 양 측의 소송비용만 늘어났습니다. 결국 이혼 재판 후, 부부는 집을 팔고 남은 자산 (모기지와 부동산 비용을 제외하고) 약 $150,000 중에 각자 약 $50,000 씩 총 약 $100,000 의 이상을 소송 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결혼생활동안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거나 시달린 배우자의 경우, 상대 배우자에 대한 해소되지 않은 불만과 적대감으로, 마치 재판에 가면 판사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변해서 상대 배우자에게 벌을 주고 망신을 줄거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혼 재판은 한풀이나 복수를 해 주는 곳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과 잘못된 기대감을 가지고 재판에 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재판에 반드시 가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합의 할 수 있는 사안은 합의를 해서 쟁점을 줄이려는 현명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판에 갔을 때 손익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특히 자녀들이 있는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이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힘들게 모은 자산을 낭비하면서 나중에 큰 후회를 할 수 있습니다.